(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 제작비 500억 원이 투입된 기대작 '별들에게 물어봐'가 좀처럼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총 16부작으로 지난 4일 방송을 시작한 tvN 토일드라마 '별들에게 물어봐'(극본 서숙향/연출 박신우)는 무중력 우주정거장에서 일하는 보스 이브(공효진 분)와 비밀스러운 미션을 가진 불청객 공룡(이민호 분)의 지구 밖 생활기를 그리는 국내 최초로 시도되는 우주정거장 배경의 스페이스 오피스물이다. 이민호, 공효진, 오정세 등 톱스타들이 출연하는 데다, 500억 원이라는 막대한 제작비가 투입됐다고 알려진 만큼 제작 단계부터 방송가 안팎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연 '별들에게 물어봐'에 대한 반응은 열렬하지 않다. 지난 4~5일 방송된 1~2회는 각각 3.3%와 3.9%(이하 닐슨코리아 전국유료가구 기준)로 첫 주 산뜻한 출발을 알렸으나, 11일 방송된 3회는 2.2%로 1.7% 포인트 수직 하락했다. 이는 케이블 채널 중 YTN 뉴스, tvN 예능 '놀라운 토요일'에도 밀린 수치로, 이 드라마의 자체 최저 시청률이기도 하다. 특별한 이벤트가 있었던 때도 아닌 만큼, 시청률 급락은 충격을 줬다. 12일 방송된 4회는 2.8%로 전 회에 비해 0.6% 포인트 상승했으나, 여전히 2%대에 머물러있다는 점에서 그리 긍정적이지 않다.

'별들에게 물어봐'는 왜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할까. 시청자들은 난해한 스토리와 캐릭터들의 불친절한 감정선이 가장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우주를 배경으로 한 '별들에게 물어봐'가 강조하는 건 '생명의 소중함'이다. 주인공 공룡은 어머니가 돌아가신 상황에서도 아이를 소중히 생각한 세 이모 사이에서 키워졌고, 수많은 생명의 탄생을 돕는 산부인과 의사가 됐으며, 타의지만 난임 부부를 돕기 위해 우주로 간다. 공룡이 이브에게 반하는 이유 역시 그가 생명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경이롭게 지켜본 덕이 컸다. 시청자들의 공감대를 충분히 얻을 만한 주제. 그러나 이를 풀어가는 과정은 그다지 세련되지 못했다.

초반 4회 동안 '별들에게 물어봐'를 이끌어가는 키워드는 '짝짓기'다. 등장인물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생명'에 집착하고 짝짓기에 큰 관심을 보인다. 그 과정에서 생명을 만드는 중요한 일을 한다는 이유로 초파리의 교미 과정이 필요 이상으로 묘사되며, 아직 감정선이 무르익지도 않은 캐릭터들은 베드신부터 보여준다. 뜬금없이 등장하는 장면에 시청자들은 흥미를 느끼거나 공감하기보다 뜨악할 수밖에 없다.

캐릭터들의 불친절한 감정선 역시 문제점 중 하나다. 4회 동안 공룡은 이브에게 반하고, 이브가 위기에 처하자 목숨 걸고 구할 정도로 '푹 빠진'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그 사이 공룡이 이브에게 반하는 감정선이 섬세하게 그려지진 않았다. 그가 이브에게 빠져드는 모습이 뜬금없게 느껴지니 시청자들의 집중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야기의 큰 줄기 자체도 쉬이 몰입하기 힘들다. 모든 갈등의 중심이 되는 최재룡의 행동이 주제 의식과 맞닿았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 최재룡(김응수 분)은 사고로 죽은 아들의 찌그러진 정자를 무중력 상태인 우주에서 펴서 수정란으로 만들기 위해 집착한다. 또한 '자궁 외 임신'인 딸을 살리기 위한 방법은 수술밖에 없었음에도, 이로 인해 대가 끊겼다며 공룡을 탓한다. 이러한 최재룡의 행동은 생명을 소중히 여긴다기보다는 '재벌의 비이성적인 핏줄 집착'으로 밖에 비치지 않는다. 근본적인 얘기에 공감이 어려우니 몰입도가 깨지는 건 당연하다.

물론 재미 자체가 없진 않다. 우주라는 배경이 '로코'라는 진부한 장르를 새롭게 만들어주는 데다, 독특한 설정과 서숙향 작가 특유의 마이너한 감성을 좋아하는 '숙향드'(서숙향 드라마) 마니아층은 '별들에게 물어봐'에 흥미를 느끼고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시청률이 보여주듯, 흔히 말하는 '로코 공식'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노선을 걷고 있는 '별들에게 물어봐'에 대중이 적응하기까진 아직 시간이 부족한 듯하다.

그러나 아직 '별들에게 물어봐'는 보여주지 않은 이야기가 더 많다. 공룡에 대한 이브 킴의 감정 변화, 무중력 공간에서 일어나는 캐릭터들의 교감, 얽히고설킨 러브라인 등이 쭉 펼쳐질 예정이다. 앞선 제작발표회에서 연출을 맡은 박신우 PD가 "일반적인 흐름으로 바라보면 '쟤들이 왜 저래' 할 거다, 그런데 두 배우의 호흡을 지켜보면서 재미를 느끼다 보면 조금씩 어느새 '그랬구나' 할 거다"라며 "마지막까지 갔을 때 감히 실망하는 분은 없을 거다, 로맨스 이상의 무엇이 있을 것"이라고 자신한 만큼, 아직 기대감을 지우기는 이르다.

기존 '로코 문법'을 비틀고 뚝심 있게 제 갈 길을 가고 있는 '별들에게 물어봐'가 향후 반등할 수 있을지, 아니면 그 독특한 개성이 끝내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을지 이목이 쏠린다.

김민지 기자 (breeze5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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