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정지형 기자 =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한 혐의로 대통령경호처 김성훈 차장이 17일 경찰에 체포된 가운데, 경호처가 '사병(私兵) 집단' 논란에 휩싸이며 전례 없는 위기를 마주하게 됐다.
용산 안팎에서는 '김용현 체제'에서 경호처의 권위와 명예를 실추시키는 일련의 행태들이 현 사태를 촉발한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 차장은 이날 오전 경찰 출석 전 취재진에 "경호처를 특정 대통령의 사병집단이라고 하는데 경호 대상자 안전을 위해서 경호 임무를 수행하는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여야 중 누가 정권을 잡든 '대통령 절대안전'이라는 임무는 최우선 순위로 경중을 따지지 않고 수행해 왔다는 취지다.
김 차장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경찰의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한 것에 관해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세 차례 경찰 소환이 있었으나 김 차장이 불응해 법원에서 체포영장이 나왔다.
김 차장은 "조직을 폄훼하고 무력화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소위 '경호처 사병화' 비판에 선을 그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첫 경호처장에 임명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경호조직을 이끄는 과정에서 사병화 조짐이 적지 않았다는 것이 여러 관계자의 공통된 의견이다.
'3성 장군' 출신인 김 전 장관이 오고서부터 이전에는 없었던 지시들도 내려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일례로 경호처는 청사를 지키는 경비 인력들에게 근무 중 윤 대통령을 마주할 경우 경례와 함께 "충성을 다하겠습니다"라는 말을 꼭 붙이도록 지시했다고 한다.
통상적으로 지휘부를 마주할 경우 근무 현황을 설명하기도 하는데 충성 맹세로 브리핑을 마치게 했다는 것이다.
당시에도 경호처 수뇌부가 대통령 '심기 경호'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뒷말이 나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관계자는 "경호부대에 지시가 갔던 것으로 안다"며 "이전에는 없었던 구호"라고 했다.
또 윤 대통령 사진에서 항상 김 전 장관이 두드러지자 역대 실장이 해오던 '지근거리 경호'라고 해도 권력 2인자로 부각될 위험이 있다는 우려가 용산 안에서도 있었다.
김 전 장관은 윤 대통령 충암고 1년 선배로 "대통령비서실보다 경호처가 더 위에 있다"는 말이 나왔다.
아울러 종종 청사 바깥을 돌아다니면서 경호처 간부 열댓 명을 거느리고 다녔는데 그때도 김 전 장관이 위세를 과시한다는 시선이 많았다.
전직 대통령실 참모는 "경호처장이 과도하게 눈에 띄어서 좋을 게 없지만 '경호' 앞에서는 이견을 내기 어렵다"고 했다.
최근 불거진 경호처 창설 60주년 기념 행사 논란도 같은 선상에서 비판을 받고 있다.
경호처는 재작년 12월 18일 대통령실 강당에서 창설 60주년 기념식을 성대하게 개최했는데, 윤 대통령 생일파티처럼 기획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경호처가 준비한 노래 가사에 "새로운 대한민국 위해서 하늘이 우리에게 보내주신 대통령"과 같은 노골적인 찬양 내용이 들어간 것으로 알려지며 논란이 커졌다. 행사에서는 윤 대통령 이름으로 삼행시 대회도 진행됐다.
행사를 주관한 것은 김 전 장관이었으며 당시 기획관리실장이었던 김 차장이 기획을 맡았다. 김 차장은 김 전 장관이 처장으로 있을 때 승승장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김 차장은 이날 "경호처도 참모기관"이라며 "책상 옆에 앉아 있는 동료가 생일이라도 그렇게 해주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정지형 기자 (kingko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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