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사이코패스와 정신질환은 달라…사형 결단 내려주시길"

최원종 최후진술서 "국정원·신천지서 도청하는 것 같아" 주장

(수원=뉴스1) 배수아 기자 = "서현역 흉기난동 피해자 유족의 말씀을 토씨 하나 바꾸지 않고 그대로 검찰의 항소 이유로 하겠습니다. 훌륭한 말씀이었고,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말씀이었습니다."

'서현역 흉기난동' 항소심 재판에서 검사는 최원종에게 '사형'을 구형하면서 항소 이유를 이같이 말했다.

검사는 "수사 검사 입장에서 정신질환자와 사이코패스가 구분이 잘 안 돼 자료를 찾아보고 연구했다"면서 "정신질환은 있지도 않은 게 보이고, 들리지도 않는 게 들리는 걸 말하는데, 사이코패스·성격장애는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보고 들으면서 다르게 생각하고 판단하는 걸 말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그렇기 때문에 형사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게 요지"라면서 "이 법정에서 최원종이 말한 언행을 보면 '기침 소리를 듣고 그것이 스토커 조직원의 행동'이라고 진술한다"고 역설했다.


검사는 1심 판결문을 인용하기도 했다. 검사는 "원심 재판부는 사형 제도에 대해 언급하면서 최원종은 완전한 무기징역이라는 형을 통해 사회로부터 완전한 격리를 시키는 처벌효과가 있을 거다라고 말했다"며 "오늘 보신바와 같이 최원종은 이미 스스로 사회와 격리해 살고 있는데 교도소에 있다한들 완전한 격리인지 다시 묻고 싶다"고 반문했다.

다만 "원심 재판부도 충분히 사회 여론을 이해한다고 직접 판결문에 적은 걸 보면 많은 고민을 하신 것 같다"며 "우리 재판부에서는 피해자와 유족, 사회의 여론을 이해만 하지 마시고 사형에 대한 결단을 내려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검사의 최후 발언이 끝나자 고 김혜빈 양의 어머니는 조용히 박수를 쳤고, 고 이희남 씨의 남편은 숨죽여 눈물을 흘렸다.

이날 유족들은 직접 법정에 나와 최원종에게 '사형'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절절히 호소했다. 검사가 항소 이유로 삼겠다고 한 유족들의 그 발언이다.

고 이희남씨의 남편은 "8월 3일이 되면 흉기난동 사건이 벌어진 지 1년이 된다"며 "산다는 것에 애착이 없다"고 운을 띄웠다.

그는 "아내는 대학교 1학년 저의 첫사랑"이라며 "남에게 폐끼치는 거 싫어하고 욕심부리지 않고 우리가 손해보며 살자고 행복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아내가 세상에 없으니 말할 수 없이 힘들고 너무 슬프다"고 울먹였다.


그러면서 "65세 노부부가 저녁 식사를 하려고 집을 나서 늘 걸어다니는 동네길에서 차량 돌진은 상상할 수도 없었고, 한순간 아내는 피를 흘리고 쓰러져 뇌사상태로 4일만에 숨졌다"며 "손을 잡고 옆에 자던 아내가 없어 너무 허전해 아내 베개를 안고서야 잠에 겨우 든다"고 흐느꼈다.

이어 "이번 사건은 우발 살인 사건이 아니다"면서 "잘못된 생각을 고치려 하지 않고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하고 살인을 하고 어떻게 하면 감형을 받을지 공부해 14명의 사상자를 낸 테러사건"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1심 재판은 다른 유사 사건의 양형과 형평성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면서 흉악 살인자에게 관대하게 처분했다"며 "계획 살인은 사형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해달라"고 분명히 말했다.

이어 고 김혜빈 양의 어머니가 법정에 섰다. 김혜빈 양의 어머니는 "이 넓은 세상에 혜빈이처럼 작은 아이 한 명 살 공간이 없다는 게 서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원종에게 사형을 선고해달라"며 "최원종의 형벌을 정하는데는 조현병에 의한 심신미약이 아닌 14명의 피해자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양의 어머니는 "혜빈이는 이 세상에 없는데 사람들은 아무일 없이 살고 있는게 비현실적으로 느껴져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재판이 진행되는 11개월간 아무생활도 못해 생활비는 바닥이 났다"면서 "범죄피해 구조금 지급이 가해자에게 유리한 감형요소로 보는 판례가 있어 지급받는 건 생각조차 못하고 있다"고 울먹였다.

유족들이 의견진술을 하는 동안 재판부는 물론 방청석은 울음바다가 됐다.

판사도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의 아픔도 재판 기록으로 남겨야 할 것 같아 의견 진술을 진행하게 됐다"면서 "부담을 드린게 아닐까 싶어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이날은 최원종의 피고인 신문도 진행됐다.

최원종은 여전히 "스토킹 조직이 자신을 죽이려고 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범행에 사용된) 흉기를 구입한 것이냐"고 묻자 최원종은 "집에 들어왔을 때 흉기를 사용해도 (스토킹 조직원들에게) 정당방위가 성립된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변호인의 "집 주변 스토커를 죽이려고 한거지 일반 시민을 죽이려고 한 건 아니라는거냐"는 물음에도 "맞다"고 했다.

최원종은 "현재 수감돼 있는 곳에서도 조직 스토커가 자신을 감시 중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교도관들과 죄수들까지 다 스토커 조직에게 매수됐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교도관들이 천장이나 TV에 도청 장치를 설치해 자신의 혼잣말을 엿듣고 이를 웹사이트에 올려 사람들에게 퍼뜨리는 방식으로 자신을 스토킹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이어진 검찰측 피고인 신문에서 검사는 "당시 범행 영상을 보면 무작위로 흉기를 휘두르는데 스토커 조직원을 죽이려면 구별해야 했던 거 아니냐"고 따져물었다.

그러자 최원종은 "대다수가 스토킹 조직에 가담하고 있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검사는 또 "스스로 조현병은 인정하면서, 약을 안 먹어서 안 나은 것이라고 주장하고 그래서 사람들이 스토킹 조직으로 보였다는 말이냐"고 되물었다.

최원종이 "조현병일 가능성이 있어 약을 처방받아 먹는 것"이라고 답하자 검사는 "피고인은 앞뒤 상황을 정확히 판단하고 있다는 걸 지금 말하고 있다"며 피고인 신문을 끝냈다.

이날 최원종 측 변호인은 범행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심신상실'에 따른 '무죄'를 주장했다.

변호인은 "사형을 원하는 마음을 이해한다"면서도 "죄형 법정주의는 지켜져야 한다. 법조인이라면 법 앞에 한점 부끄러움이 없어야 하는데 피고인의 행동이 질타받는 건 확고하지만 무죄를 선고해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현병으로 인해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는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고, 피고인 법정 태도 등을 봤을 때 사물변별 능력을 상실하고 의사 결정 능력도 상실했다고 보인다"며 "치료감호도 청구해달라"고 호소했다.

재판부가 검찰측에 최원종의 치료감호 청구 의사를 묻자 검사는 "정신병이라고 보지 않아 치료감호를 청구하지 않겠다"고 단호히 말했다.

최원종은 최후진술에서 "국정원과 신천지에서 민간인을 상대로 도청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도 "피해자 유가족분들께 용서를 구하고 싶다"고 고개를 숙였다.

최원종은 지난해 8월 3일 성남시 분당구 AK플라자 분당점 부근에서 모친 승용차를 몰고 인도로 돌진해 5명을 충격한 뒤 백화점으로 들어가 흉기를 휘두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최원종이 몰던 차에 치인 김혜빈 씨(당시 20세)와 이희남 씨(당시 65세) 2명은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치료 도중 숨졌다.

1심에서 검찰은 최원종에게 사형을 구형했고, 재판부는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1심은 최원종의 '심신미약'을 인정했지만, 이를 감형 사유로 삼지는 않았다.

최원종에 대한 항소심 선고 기일은 8월 20일 열린다.

배수아 기자 (sualuv@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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