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이 다시 주목받으면서 12년 전 피해 여중생을 가르쳤던 교사가 남긴 글이 재조명되고 있다. 이 글로 사건 이후 피해자의 참담하고 안타까운 상황이 뒤늦게 알려졌다.

교사 A 씨는 2012년 5월 16일 개인 페이스북에 "8년 전인가 7년 전인가 내가 근무했던 중학교에 한 학생이 전학해 왔다. 처음부터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고 시작하는 글을 올렸다.

그는 "그 전학생 어머니가 하는 말, 정확히는 울음을 교무실에서 들었다"며 "알고 보니 그 당시 시끄러웠던 밀양 여중생 성폭행 사건의 피해자 B 양의 어머니였다"고 적었다.

A 씨에 따르면 어머니는 "제가 배운 것도 없고 돈도 없고 남편은 술만 마시면 우리를 때렸다. 너무 억울해도 제가 할 수 있는 게 없었다"며 "큰 애는 미쳐서 방문 밖으론 절대 안 나오고 작은 애만이라도 살리려고 없는 돈에 서울로 왔다. 근데 돈이 없어서 방도 못 얻고 애들은 시설에, 전 여관방에서 잔다"고 말했다.

실제로 당시 B 양의 법률 대리를 무료로 맡았던 강지원 변호사는 "(밀양 사건이) 언론에 보도된 뒤 난리가 났다. 일단 (B 양을) 피신시켜야 한다고 생각해 탈출을 제안했다. 딸 둘을 어머니와 서울로 이주시켰다"며 "처음에 피해자를 받아주는 학교가 없어 교육청에 '이런 학생을 받아주는 곳이 학교다'라고 항의한 끝에 한 고등학교로 전학했다"고 밝힌 바 있다.

A 씨는 "그 아이를 가르치면서 한없는 동정을 느꼈고 평소 무서운 선생이었지만, 나답지 않게 그 아이에게만은 무척 부드럽게 대했다. 하지만 B 양이 웃는 걸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떠올렸다.

이어 "가해자들이 씨불인 것도 달리 B 양이 먼저 남자애들을 유혹했을 리 없다. 얘를 한 학기 동안 가르쳤고 대화해 봤기 때문에 확신한다"며 "B 양 어머니의 오열을 듣고 아이를 보니 너무 안쓰러웠다. 먹고 살아야 하니 치욕스럽게 가해자들과 합의 봐야 했을 것"이라고 분노했다.

특히 A 씨는 당시 출간된 이재익 작가의 소설 '41'을 언급하기도 했다. 해당 소설은 밀양 사건을 모티프로 41명의 남학생이 한 여학생을 무참히 짓밟은 내용이 담겼다.

이와 관련 A 씨는 "'41'은 성폭행에 가담했던 남자애들 숫자다. 이 가해자들은 유력 인사의 자식들이라 모두 지금 잘 산다. 가해자와 피해자들의 현재 얘기까지 담겨 있다"며 "'41' 때문에 내가 가르쳤던 어두운 표정만 보이던 그 작은 아이, 아이의 엄마가 꾀죄죄한 몰골로 부들부들 떨며 울던 그날의 풍경이 생각났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B 양은 현재 행방불명 상태다. 누가 이 아이의 인생을 보상해 줄 것인가. 그 아이 생각하고 7년 뒤 피해자 아이들의 현재를 알고 나니 마음이 미어진다"고 했다.

동시에 "미성년자 성폭행은 절대 용서해서도, 가볍게 처벌해서도 안 되는데 우리나라 사법부는 개판이다. 내가 이렇게 화나는데 당사자는 어땠을까. 정말 마음이 아프다"고 덧붙였다.

소봄이 기자 (sb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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