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김수지·송수민기자] 승리는 말했다.
"요즘 클럽과 라면 사업에 몰두하고 있다. 연예인 사업이니까 얼굴과 이름만 빌려주는 줄 안다. 나는 진짜로 한다. 안 그러면 신뢰하지 않는다."
사실이다. 그는, 진짜로 몰두했다.
'버닝썬' 등기부등본이다.
① "버닝썬은 누구 겁니까?"
'버닝썬' 법인등기부에 따르면, 대표이사는 이성현과 이문호. 사내이사는 강XX, 그리고 이승현(승리 본명)이다. 감사는 2명. 강현숙과 김건호다.
이성현 대표는 전원산업(르메르디앙 호텔) 등기이사다. '버닝썬'은 이 호텔 지하에 있다. 그를 제외한 나머지 이사진들은 모두 승리의 지인이다.
우선 이문호 대표. 승리의 '최고' 절친이다. 또한 경제 공동체다. 승리가 운영하는 사업체를 관리하고 있다. 라운지바 '몽키뮤지엄', 매니저업체 '유리홀딩스', 외식업체 '아오리에프앤비' 운영에 관여한다.
'버닝썬'의 업무 및 회계 등에 대한 정확성을 평가하고 조사하는 역할은 누가할까. 승리의 어머니 강 씨가 감사로 등재돼 있다.
승리와 그의 어머니는, '버닝썬' 논란 이후 이사직에서 물러났다. 'YG엔터테인먼트' 양현석은 "3~4월에 입대할 예정이다. 군복무에 관한 법령을 준수하기 위해 사임했다"고 밝혔다.
② MD의 역할은 무엇입니까?
'디스패치'는 '버닝썬'의 내부 조직도를 입수했다. 대표님, 사장님, 이사님, VIP인포 등으로 간부 이름이 나열돼 있다. '버닝썬' 논란에 서있는 '장XX' 이사의 이름도 보인다.
장XX 이사는 파티팀도 운영하고 있다. '저XX'라는 파티팀의 리더다. 그 아래 여러 명의 MD를 두고 있다.
MD(merchandiser)는 머천다이저의 약자다. 그들의 상품은, 다름 아닌 게스트. 여자 손님을 부르면 1명당 2,000~5,000원씩 (클럽에서) 받는다. 남자 손님의 경우 술값의 15~20%정도를 챙긴다.
클럽의 수익은 결국 MD의 손에 달려있다. 그들의 영업 실적이 곧, 클럽의 매출이다. 따라서 MD는 더 많은 여성을 유치해야 하고, 더 많은 남성을 유혹해야 한다.
'디스패치'는 '버닝썬'에서 일했던, 그리고 일하는 전·현직 MD를 만났다. 그들이 손님을 끌어 들이는 방법은 무엇일까. 클럽 관계자는, 일명 '홈런'이라고 말했다. 룸 안에 만취한 여성을 데려다 주는 것.
③ '물게'를 아십니까?
'물게'. 클럽 운영진이 사용하는 은어다. 풀이하면, '물'좋은 (여성) '게'스트.
앞서 말한, 이사 혹은 MD가 돈을 버는 방법은 '물게'다. 물 좋은 게스트를 VIP룸 고객에게 데려가는 것. 그리고 이곳에서 암묵적인 성희롱, 성추행, 성폭행 등이 이루어진다.
다음은, '디스패치'가 제보받은 '버닝썬' 운영진의 대화다. 재구성했다.
MD 1: (VIP) 룸에서 '물게' 찾는다.
MD 2 : ㅇㅋ. 찾고 있음.
MD 1 : 쪼고 있어. 빨리 (물게) 찾게 도와줘.
MD 1 : 이제 물게 필요없음. 그냥 정신없는 애 구함.
MD 2 : ㄱㅂㅇ(골뱅이) 구해볼게.
MD 1 : 홈런 치게 도와줘.
이것이, 클럽의 생존방식이다. 물 좋은 게스트를 수급하고, 술 취한 게스트를 공급하는 것. 그들에게 여성은 그저 상품일 뿐이다.
단순히 MD만의 문제일까. '디스패치'는 '버닝썬' 운영진의 묵인이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④ 버닝에서 홍콩갑니다!
'디스패치'는 '버닝썬' 운영자가 모인 단체톡 대화 내용을 입수했다. 특히 '이XX' 이사의 대화는 충격적이다. 그는 '버닝썬' 조직도에 이사로 등재된 인물. 게스트 및 픽업(부킹) 담당 이사다.
이사 A : 지금 룸봐라.
이사 A : ㅅㅅ 중.
MD 1 : 그게 어떻게 보여요?
MD 2 : 와~ 진짜네.
MD 3 : 버닝에서 홍콩간다
'디스패치'는 VIP룸(유리룸)에서 일어난 성관계 영상도 확인했다. 물론 강제추행 여부는 알 수 없다. 확실한 건, 클럽 관계자끼리 몰래 찍고 돌려본다는 것.
'버닝썬' 관계자는 '물뽕'에 대한 이야기도 귀띔했다.
"VIP가 홈런을 치면, 다시 찾을 확률이 커집니다. 그래서 일부 MD들은 '물뽕'을 몰래 주기도 하고요. 여성 게스트들이 순간 의식을 잃을 수 있으니까요. 성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버닝썬' 운영진 역시 이런 위험을 알고 있다. 실제로 앞선 대화를 주도한 건, 클럽의 간부다.
'디스패치'는 전직 가드를 통해 또 하나의 (단체방) 채팅 내용도 입수했다. 가드 A가 이문호 대표에게 "메인빠 성추행 발단 싸움 정리했다. 경찰들이 와서 잘 처리했다"고 보고한다.
⑤ 난, 하이패스로 간다
클럽이 가장 무서워 하는 것은 무엇일까.
'버닝썬' 관계자는 '미자'(미성년자)라고 말했다. 이는, 클럽 운영에 치명타다. 1차 위반은 영업정지 2개월, 2차 위반은 영업정지 3개월, 3차 위반은 영업허가 취소, 혹은 영업소 폐쇄다.
"성폭력? 손님 책임으로 몰면 됩니다. 약물? 손님 잘못으로 몰 수 있습니다. 하지만 미성년자 출입은 다릅니다. 무조건 클럽 책임입니다. 경찰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하는 가장 큰 이유도 '미자' 신고때문입니다."
'디스패치'는 '버닝썬' 운영자들이 나눈 위법적인 대화 내용을 입수했다.
이사 A : 민증 문제있는 게스트. 이쁜 애들만 부탁해라
이사 A : 돼지에 민증 없는 어린애들 부탁하지마. 짜증난다.
이사 A : 외모부터 입밴(입장밴찌)인데 민증까지 없으면 어떡하냐?
MD 1 : 네! 알겠습니다.
이런 경우를, '하이패스'라고 한다. 민증 검사 없이 입장시키는 것. 물론 '민증 문제'가 미성년자 출입을 뜻하는 건 아니다. 단, 미성년자도 라인을 타면 들어갈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⑥ '미자' 신고 들어왔습니다.
'버닝썬' 출신 관계자의 또 다른 제보. '미자' 신고 사건이다.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에 따르면, '버닝썬'은 지난해 미성년자 출입 신고를 당했다. 역삼지구대 소속 경찰이 출동, 사태 파악에 나섰다는 것.
하지만, 경찰은 클럽 내부로 진입하지 않았다는 전언이다. 이 관계자는 "경찰이 출동했다. 여경 1명과 남경 2명이 왔다"면서 "그러나 미성년자 수색을 하지 않고, (입구에서) 그냥 돌아갔다"고 말했다.
"클럽 고위 간부가 나와서 경찰을 상대했습니다. 경쟁 업소에서 허위 신고를 한 것 같다고요. 철저하게 민증 검사를 했다며 경찰을 (그냥) 돌려보냈습니다. 대단하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았어요." (관계자)
'디스패치'는 지난 1일 역삼지구대를 찾았다. 지난 해, '버닝썬' 출동 기록을 요청했다. 역삼지구대는 "오늘(1일) 자로 인사 이동이 있었다. 전에 있던 분들은 지금 안 계신다"고 답했다.
'버닝썬'은 미성년자 문제로 행정 처분을 받진 않았다. 그러나 출입이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민증 문제 있는 게스트. 이쁜 애들만 부탁하라"는 운영진의 말(카톡)이, 이를 반증한다. 허술하기 짝이 없다.
⑦ '단톡방'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
'버닝썬'에서 일했던 한 관계자의 귀띔.
"클럽에서 일어나는 일요? 단톡방에 다 있습니다. 그들은 다 알고 있습니다. 단톡방에서 지시를 내리고, 단톡방에서 보고를 받으니까요."
'버닝썬' 임직원은 수많은 대화방으로 연결돼 있다. 대표와 사장, 이사진이 모인 방, 이사진과 MD가 모인 방, MD와 파티팀, 가드가 모인 방, 임원끼리, 팀끼리, 직원끼리, 카톡으로 정보를 주고받는다.
그들은 클럽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실시간으로 공유한다.
도촬하고,
MD 1 : (도촬 사진 전송) 여자 뻗었습니다.
이사 A : 치마가 올라갔네.
품평하고,
MD 2 : 몸매는 좋은데 얼굴이 X았네요.
이사 C : 난 상급아니면 취급 안함.
그렇게, 희롱한다.
또, 지시하고
이사 A : O테이블 여자 상태 안좋아. 내보내요.
가드 1 : 확인.
보고받고,
이사 B : 내가 픽업할 물게 누가 건든다. 가드 빨리.
가드 2 : 확인. 처리했습니다.
그러다, 문제도 터진다.
MD 1 : A이사가 여자 때림.
MD 2 : 왜?
MD 1 : 픽업 거절.
⑧ 그러나 모른척할 뿐이다
김상교 논란이 터졌다.
그는 "(오히려) 가드와 경찰에게 폭행을 당했다"며 클럽과 경찰의 유착 관계를 의심했다.
'버닝썬'은 반박했다.
"김상교는 성추행을 시도한 가해자"라고 반격했다. (폭력 행사에 대해선 사과했다.)
문제의 본질은, <김상교 진실게임>이 아니다.
아무도 모르게,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나는 일들.... 그들은 충분히 알고 있다는 것. 그러나 아무렇지 않다는 것이다.
적어도 '디스패치'가 만난 전·현직 관계자들은 그랬다. 직접 본 적도, 들어본 적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승리는 몰랐다?
"폭행 사건으로 촉발된 이슈가 마약이나 약물 관련 보도로 이어지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 직접 보거나 들어본 적이 없다. 당시 사내이사를 맡고 있었던 저도 책임질 일이 있다면 책임지겠다" (승리)
승리는 '버닝썬'에서 '승리대표'로 통했다. 모든 직원들은 '이사'가 아니라 '대표'라 불렀다. '버닝썬' 단체톡방 관련 대화를 그대로 옮긴다.
MD 1 : 승리대표님 언제 오시는지 알 수 있을까요?
A대표 : 1시 30분 정도요.
MD 2 : 승리대표님 늦게 오시는건가요?
A대표 : 승리대표 오늘 쉴듯요 ㅠ
<사진=민경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