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최저기온도 1위…평균 최고기온 2위, 폭염일은 3위
비 '장마철 집중도' 역대 가장 높아…'1시간 100㎜' 극한호우 9건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올여름 더위가 기록적이었다는 사실이 수치로 확인됐다. 1994년이나 2018년 수준의 '최악의 더위'였다.
올여름 비는 장마 때 '폭우'로 집중되고, 장마가 끝난 뒤엔 국지적으로 소나기만 쏟아지는 양상을 보였다.
기상청은 5일 이러한 내용의 여름(6~8월) 기후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1994년과 2018년 만큼 '최악의 더위' 겪어
올여름 전국 평균기온(25.6도), 평균 최저기온(21.7도), 열대야일(20.2일)은 모두 기상관측망이 전국에 확충돼 기상기록 기준이 되는 1973년 이후 1위를 기록했다.
평균 최고기온(30.4도)은 2위, 폭염일(24.0일)은 3위에 해당했다.
열대야일은 밤(오후 6시 1분부터 이튿날 오전 9시까지) 최저기온이 25도 이상인 날, 폭염일은 일최고기온이 33도 이상인 날이다.
올여름보다 평균 최고기온이 높았던 여름은 1994년 여름(30.7도)이 유일하며, 폭염이 더 잦았던 여름은 1994년 여름(28.5일)과 2018년 여름(31일)이 '유이'하다.
1994년이나 2018년만큼의 '최악의 더위'를 올여름 겪은 것이다.
올여름 평균기온은 평년(1991~2020년 평균) 여름 평균기온(23.7도)보다 1.9도 높았고, 평균 최저기온과 최고기온은 평년기온(19.9도와 28.5도)을 각각 1.9도와 1.8도 웃돌았다.
열대야일은 평년치(6.5일)의 3배, 폭염일은 평년치(10.6일)의 2.3배였다.
66개 기상관측지점 중 36곳은 올여름 열대야일이 지역 기상관측 이래 가장 많았고, 10곳은 폭염일이 역대 1위였다.
지난 6월 중순부터 쭉 기온이 평년기온을 웃돌았다.
특히 비가 자주 내려 기온이 낮아지는 장마철에도 대체로 평년보다 더웠다. 이는 남서풍을 타고 고온다습한 공기가 유입됐기 때문이다.
대기 중 수증기는 열을 붙잡아두는 역할을 하기에 밤사이 기온이 떨어지지 않았고, 이는 열대야로 이어졌다.
여름 전체로 보면 상대습도가 77%로 높진 않았지만, 7~8월만 평균 내면 81%로 2018년(76%)보다 높았다. 상대습도는 특정 온도의 공기가 품을 수 있는 최대 수증기량 대비 실제 수증기량이다.
'이중 고기압'에 태풍마저 고온다습 공기 불어넣어
기상청은 6월 하순부터 7월 중순까지 해수면 온도가 예년보다 높아 대류가 활발히 이뤄진 열대 서태평양에서 상승한 공기가 대만 쪽 아열대 지역에 가라앉으면서 북태평양고기압이 평년보다 북서쪽으로 더 확장했고, 이에 우리나라 서쪽에 있던 다량의 수증기가 북태평양고기압 가장자리를 타고 우리나라로 유입됐다고 설명했다.
장마가 끝난 7월 하순부터 8월 하순까지는 티베트고기압과 북태평양고기압이 한반도를 이중으로 덮은 상황이 펼쳐졌다. 두 고기압 때문에 낮에 햇볕이 강하게 쏟아지는 맑은 날이 이어지면서 계속 기온이 높았다.
태풍 등의 영향으로 북서태평양에서 대류가 활발히 일어나며 북태평양고기압이 평년보다 북상해 우리나라까지 세력을 넓히고, 인도 북서부 대류 활동 증가로 티베트고기압도 우리나라 북동쪽까지 확장하면서 두 고기압이 한반도 위에서 중첩되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두 고기압이 한반도 상공을 차지하면서 대기 상층 제트기류는 평년보다 북쪽으로 밀려났고, 이는 북쪽에서 한반도로 건조하고 비교적 찬 공기가 유입되는 것을 막았다.
8월 하순 제9호 태풍 '종다리'와 일본을 타격한 제10호 태풍 '산산'이 한반도 주변을 지났지만, 더위를 누그러뜨리기는커녕 고온다습한 공기만 주입해 열대야만 부추겼다.
바다도 펄펄 끓었다…'찜통더위'에 일조
올여름 바다도 무척 뜨거웠다.
올여름 우리나라 해역 해수면 온도는 23.9도로, 최근 10년(2015~2024년) 중 1위였고 10년 평균(22.8도)보다 1.1도 높았다.
서해의 올여름 해수면 온도가 23.5도로 10년 평균 해수면 온도와 차이가 컸다. 평년 여름 서해 해수면 온도는 21.3도로, 올여름 온도보다 2.2도나 낮다.
월별로는 8월 해수면 온도가 28.3도로, 10년 평균 해수면 온도(26.2도)와 차이가 가장 컸다. 날이 맑아 바다에도 햇볕이 쏟아졌기 때문이었다.
'펄펄 끓는 바다'는 찜통더위를 일으킨 요인 중 하나였다.
7~8월 우리나라 해역 상대습도는 90.0%로 2018년(87.0%)보다 높았다.
유의파고(특정 시간 주기 내 파고 중 높은 순으로 3분의 1 안에 드는 파고의 평균 높이)는 올여름 0.8m로 10년 평균과 비슷했으나 7월만 보면 1.0m로 10년 평균에 견줘 0.1m 높았다. 7월에 북태평양고기압 가장자리를 타고 남서풍이 거세게 불었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여름비 장마철 집중도 80% 육박…장마 후엔 비 '실종'
올여름 전국 평균 강수량은 602.7㎜로, 평년(727.3㎜)보다 적었다.
비가 평년의 82.5% 수준만 내린 셈이다.
그런데 제주에서 6월 19일, 남부에서 6월 22일, 중부에서 6월 29일 시작해 전국에서 7월 27일 끝난 장마철 강수량은 474.8㎜로, 평년 장마철 강수량(356.7㎜)보다 118.1㎜(32.5%)나 많았다.
장마 때만 비가 내린 것이다.
실제 올여름 비 78.8%가 장맛비인데, 이는 1973년 이후 비율이 가장 큰 것이다. 통상은 장마 때 내린 비가 여름 전체 비의 절반 정도를 차지한다.
올여름 장맛비는 '좁은 구역에 거세게 쏟아진' 것이 특징이다.
7월 10일 전북 군산시 어청도에 비가 1시간 동안 146.0㎜ 내린 것을 비롯해 1시간 강수량이 100㎜를 넘는 사례가 9건이나 있었다.
'1시간에 100㎜'는 기상청이 설정한 '극한호우' 기준을 뛰어넘는다.
북태평양고기압 가장자리를 타고 유입된 수증기와 우리나라 북쪽에서 유입된 대기 상층 찬 공기가 정체전선 위에서 충돌하면서 비구름대가 강하게 발달해 호우가 빈발했다.
장마 후엔 북태평양고기압과 티베트고기압이 한반도를 점검하면서 대기 상층 제트기류가 북쪽으로 밀려났고, 그러면서 지상에 저기압이 형성되지 못해 비가 오지 않았다.
고기압 때문에 날이 맑아 햇볕이 강하게 내리쫴 지상의 공기가 데워진 지역에서 대기가 불안정해지면서 소나기만 내렸다.
장마가 끝난 뒤 비가 '실종'된 점은 가뭄 우려를 낳고 있다.
8월 전국 평균 강수량은 87.3㎜로, 1973년 이후 8월 강수량 중 최저 2위다.
jylee2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