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비슬 구진욱 기자 = #1. 대학생 최지민씨(26)는 최근 난방비 줄이는 방법을 검색하다 눈길을 끄는 글을 읽었다. 집이 추우면 맨손 운동 '플랭크' 자세로 체온을 높이라는 것이다.

처음에는 우스갯소리로 여겼지만 치솟는 가스비 고지서를 보면서 남의 일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씨는 "웃기면서 슬프기도 했는데 마냥 농담으로 다가오지만은 않았다"고 말했다.

#2.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직장인 이모씨(32)는 최근 잠들기 전 스키를 탈 때 신는 두꺼운 양말을 꺼내 신는다. 한 달에 10만원이 채 넘지 않던 난방비가 20만원을 훌쩍 넘긴 탓이다. 침대를 놓아둔 복층 바닥엔 난방이 되지 않아 머리 맡에 난로까지 설치했다. 이씨는 "(방한효과가 있는) 암막커튼 구매도 알아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난방비 폭탄'에 화들짝 놀란 시민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남은 겨울 내야 할 요금도 만만치 않을 것이란 위기감에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

이 때문에 보일러 가동시간을 줄일 수 있는 방한용품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난방비를 줄일 수 있는 방법들도 빠르게 공유되는 중이다.

물가 인상에 이어 에너지 요금 추가 인상까지 예고돼 있어 혹독한 난방비 다이어트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가스비 다이어트 '꿀팁' 어디 없나요?"

3일 G마켓에 따르면 최근 열흘 사이(1월23일~2월1일) 문풍지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두 배 이상(165%) 증가했다.

같은 기간 집안에 설치해 외풍을 막는 난방텐트 매출은 145% 올랐고 온풍기(130%), 발열내의(126%), 단열시트(102%) 매출도 급상승했다.

최근 화두는 단연 난방비다. 직장인 강모씨(남·29)는 "주변 구축 오피스텔에 사는 직장인 대부분 창문에 붙이는 단열재와 커튼을 많이 사더라"며 "창문 틈만 막아도 2~3도가 올라간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 아파트에 거주하는 직장인 나모씨(28·남)는 "습도가 높아지면 온도가 빠르게 오른다기에 빨래를 거실에 널어놨다"며 "난방을 하지 않다가 감기 기운이 있어 내의에 잠옷까지 입고 자려니 서러웠다"고 토로했다.

온라인에서도 체온을 올리는데 도움을 주는 식재료나 반려동물을 위한 방한용품 정보를 공유하는 글이 이어졌다.

회원 수가 70만명인 한 포털 사이트 반려묘 카페에는 "고양이와 덜 춥게 지내면서 난방비를 줄일 방법이 있느냐"는 글에 "탁자 위에 담요를 덮어 고양이가 들어가있을 수 있도록 만들어보라"는 조언이 올라왔다.

온수 사용량을 줄이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한 지역 모임 카페에는 "난방비 폭탄을 맞은 후로부터 세탁기를 사용할 때 냉수로만 세탁한다", "양말이나 수건은 냉수로 빨래하고 있다"는 경험담이 게시됐다.

◇ 한겨울에도 집에선 '반팔' 옛날 얘기…가습기 활용·외출모드 자제해야

1월 가스 요금 고지서를 받아든 시민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의 20평형대 아파트에 거주하는 박모씨는 "지난해 11월과 12월 난방비가 7만7000원에서 22만원으로 3배나 올랐다"며 "비용이 많이 나와 관리사무소에 항의가 많아지니 중앙난방을 줄인 것 같은데 요즘 너무 춥다"고 말했다.

한국가스공사는 난방비 절약 방법 중 하나로 가습기를 추천했다. 공사는 "보일러와 함께 가습기를 가동하면 공기 순환이 원활해져 실내 온도가 더 빠르게 오른다"고 설명했다.

장기간 집을 비우지 않는다면 외출모드 자제하는 것도 난방비를 줄이는 방법이다. 낮 동안 빈집에서 온도가 떨어지면 밤에 다시 온도를 높이기 위해 종일 난방보다 더 많은 에너지가 들기 때문이다.

가스요금 인상은 2분기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박일준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은 지난달 브리핑을 통해 "경제도 어려운데 난방비로 인한 어려움이 커 송구스럽다"면서도 "2분기 인상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한편 통계청이 발표한 1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전기·가스·수도 물가지수는 지난해 1월 대비 28.3% 폭등해 해당 통계가 작성된 2010년 1월 이후 13년 만에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품목별 상승률은 도시가스(36.2%),지역난방비(34.0%), 전기료(29.5%) 순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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