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조현기 기자 = "노력해서 얻은 성과라 더 뿌듯하다"


임모씨(33·남)는 최근 화제가 된 익산농협의 찹쌀떡을 사기 위해 3시간 '줄'을 섰다. 판매시작 전에 미리 가서 줄을 서는 일종의 '오픈런'인 셈이다.


MZ세대 사이에서 '줄서기'를 즐기는 문화가 확산하고 있다. 명품 뿐만 아니라 가성비가 좋은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 몇 시간씩 기꺼이 줄을 선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현상을 '소확행'과 '득템력'으로 설명한다. 경제가 어렵고 물가도 많이 올라 우울한 상황에서 명품은 아닐지라도 줄을 서서 자신의 노력을 통해 얻은 것에 성취감을 느끼고 있다는 분석이다.

◇ 찹쌀떡·치킨·빵·디저트…일상이 된 '줄 서기'


8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SNS에 '#오픈런' '#웨이팅지옥' '#빵케팅' 등 줄서기와 관련한 단어를 입력하면 줄서기와 관련한 게시물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심지어 줄 잘 서는 방법(팁)을 공유하고, 오픈 채팅방까지 열어 정보를 공유하기도 한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 속에 줄 서는 것 자체를 소재로 삼은 예능 프로그램까지 등장했을 정도다.


SNS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익산 농협의 찹쌀떡을 구매한 임씨는 장모님과 합심했던 점이 구매할 수 있었던 노하우라고 방긋 웃었다. 그는 "장모님이 새벽 5시쯤 나가서 줄을 섰는데, 너무 힘드실 것 같아서 일어나자 마자 달려가서 교대해 드렸다"며 "정말 사람들이 많아서 놀랐다. 겨우 구매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윤 모 씨(32·여)는 최근 재도전 끝에 당당치킨 구매에 성공했다. 윤 씨는 "당당치킨이 화제가 된 지 조금 시간이 지나서 열기가 식은 줄 알고 그냥 가볍게 오전에 가서 구매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아니었다"며 "보기 좋게 실패했다"고 겸연쩍게 웃었다.


이어 "2시에 치킨 나온다는 걸 확인하고 25분 전에 가서 얼른 줄서서 구매했다. 솔직히 금액도 막 크지 않고 누가 보면 뭐 대단하냐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다"면서도 "그래도 줄 서서 당당하게 구매했다. 뿌듯한 느낌이 들었다"고 고백했다.

◇ MZ세대 줄서기 즐기는 이유?…갖지 못하면 '후회', 내 노력에 대한 인정 '득템력'


전문가들은 줄서기를 '상품을 획득하지 못하면 나중에 후회할 것 같다'는 후회 이론으로 설명한다. 아울러 요즘처럼 어려운 경기 상황에선 자신의 삶에서 조그마한 것에 성취하고 기쁨을 맛보는 것(소확행)에 사람들이 만족감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이은희 인하대 교수는 "사람들이 줄 서는 곳을 보면 가격에 비해 상품이 좋은 곳이거나, 나름대로 줄 설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라며 사람들이 이유 없이 줄을 서는 것은 아니라고 역설했다.


이어 "어두운 경제 상황 속에서 찹쌀떡이나 치킨 등에 줄을 서면서 기쁨을 맛보는 게 씁쓸한 부분이 있긴 하지만 또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면 이렇게 힘든 상황 속에서도 일상의 조그마한 행복으로 잘 극복하겠다는 사람들의 의지가 담겨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MZ세대가 줄서기에 열광하는 이유에 대해선 기성세대와 다른 세대 특징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경제 성장기의 기성 세대들에게는 '소비=소유'의 개념이지만, 상대적으로 경제적으로 여유 있지 않은 MZ세대에게 소비는 가치(체험)"라고 설명했다. 또 "요즘 MZ세대들이 중고품 거래, 공유소비 등에 관심이 많다"며 "체험을 중요시하는 MZ세대들이 줄서기에 더 관심이 많다"고 덧붙였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트렌드코리아 2022'에서 줄서기 현상을 '득템력'으로 설명한다. MZ세대는 '득템의 과정을 즐기고 SNS에 올리는 경향' 자체가 하나의 트렌드가 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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