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 폭증으로 주민들 생활 불편 겪자 시의회서 요구 나서
"관광객 한계 도달" vs "조형물 없애도 방문객 안줄어" 갑론을박
(브뤼셀=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관광 명물인 'I amsterdam' 글자 조형물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고 ANP 통신을 비롯한 네덜란드 현지 언론들이 11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암스테르담 시의회에 있는 녹색좌파당(GL) 소속 의원들은 이 조형물을 보기 위해 관광객들이 몰려들어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며 이를 제거할 것을 요구하는 동의안을 제출했고, 시 의회내 다른 정당 의원들도 이에 가세해 과반의 지지를 확보했기 때문이다.
동의안은 암스테르담 시 당국에 'I amsterdam' 글자 조형물을 없앨 것과 함께 'I amsterdam'이라는 슬로건을 활용한 암스테르담 시의 관광객 유치 마케팅도 중단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암스테르담 시내 고흐미술관과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 인근의 뮤지엄플레인(뮤지엄광장)에 있는 이 조형물은 'I am amsterdam(나는 암스테르담이다)'이라고도 읽혀 암스테르담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이 우선적으로 찾는 랜드마크가 되고 있다.
암스테르담 관광의 랜드마크인 'I amsterdam' 글자 조형물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또 이 동의안이 제출된 날 네덜란드 관광위원회(NBTC)가 네덜란드의 관광산업이 예상보다 더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제출하면서 동의안은 더욱 관심을 끌었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보고서는 작년에 네덜란드에서 4천만 명을 기록한 관광객 수는 오는 2030년에는 6천만 명으로 50% 급증할 것으로 예상했다.
암스테르담 시 당국도 오는 2025년이면 암스테르담을 방문하는 관광객이 적게 잡아 2천300만명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네덜란드 관광위원회는 암스테르담을 찾는 관광객 수가 한계에 이르렀다며 관광객보다 시민들의 이익에 더 중점을 둔 암스테르담 관광정책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동의안을 제출한 GL 측은 'I amsterdam' 글자 조형물 제거가 새로운 관광정책의 첫걸음이 될 수 있다며 시 당국은 이 조형물을 활용한 마케팅 대신에 다른 마케팅 캠페인을 벌일 필요도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I amsterdam' 글자 조형물은 암스테르담이 살기 좋은 곳, 사업하기 좋은 곳, 관광하기 좋은 곳 등의 조사순위에서 떨어지고 있던 지난 2004년에 설치됐다.
당시 이 사업을 주도했던 프리츠 후프나헬 전 암스테르담 부시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I amsterdam 조형물을 제거하는 것은 나쁜 아이디어다. 이를 제거하면 관광객들이 덜 오리라는 것은 환상"이라면서 "조형물을 없애 관광객들이 (이곳에 밀집하지 않고) 흩어지게 되면 시민들이 겪는 불편은 더 클 것"이라고 반박했다.
동의안을 제출한 GL 측도 'I amsterdam' 조형물을 제거한다고 하더라도 암스테르담 시를 찾는 관광객 수가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GL 측은 "(이미 시 당국이 발표한 암스테르담의 또 다른 관광명소인) 홍등가 관광 제한 등과 같은 다른 조치들도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 당국은 앞서 홍등가에 과도한 관광객이 몰려들어 성(性) 산업 종사자들의 사생활이 보호받지 못한다는 비판에 따라 단체 관광 및 투어 가이드에 대한 규정을 엄격히 하고, 청소를 위해 관광객의 출입제한 시간을 설정하는 등 조처를 했다. 홍등가 지역을 보트를 이용해 둘러보는 것을 금지하는 것도 실험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암스테르담의 관광명물 'I amsterdam' 글자 조형물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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